슐런

장애유형 : 지체, 청각장애 / 참가자 : 21명
협력기관 :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2018년 누리건강학교
웃음과 건강을 되찾아준 슐런 교실
보슬비가 내리던 7월의 한 날,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센터)에는 비를 뚫고 한 자리에 모인 20여 명의 참가자들로 흥성거렸습니다. 바로 오늘이 센터의 슐런 모의대회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악수하고 안부를 물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참가자들. 습하고 뜨거운 날씨가 무색할 만큼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햇살 같은 웃음이 넘쳐납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센터의 연습실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슐런 보드(슐박, Sjoelbak)입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요?

나무를 깎아 만든 기다란 슐런 보드는 공이 굴러가는 일종의 레일입니다. 보드 끝부분에는 칸마다 다른 점수가 적혀 있는 4개의 좁은 구멍이 있는데요. 참가자들은 익숙한 듯 보드 앞에 서서 바구니에 있던 동그란 나무토막을 쏟아냅니다. 그리고 집중해서 30개의 나무토막들을 차례로 구멍 안에 밀어 넣습니다. 그 모습이 꼭 당구 같기도 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섬세하게 공을 밀어 넣는 기술은 컬링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슐런의 언어, 수어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기 전, 이재훈 강사 참가자들에게 슐런 대회의 진행 방식을 설명합니다. 연습 게임과 다르게 오늘은 실제 대회를 대비하여 심판도 보고 선수마다 점수 결과도 매길 예정입니다.

슐런 대회에서 심판과 선수가 주고받는 신호는 수어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슐런을 받아들여 정착시킨 사람이 청각장애인이었기 때문인데요. 이재훈 강사가 “첫 번째 게임 시작합니다.”라는 말을 수어로 보여주자, 참가자들 모두가 수어를 따라해 봅니다. 간단한 동작 같아도 정확하게 사인을 주고받기 위해서 여러 번 연습을 해야 합니다.

특별히 이번 사업을 위해 센터에서는 타 협회와 연합을 해서 농아인과 함께 하는 슐런 교실을 운영해왔습니다.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슐런을 알게 되었고, 새로운 인연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센터의 진형식 소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알게 된 타 협회 참가자들에게 앞으로도 꾸준히 슐런 교실을 찾아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제 바람은 이번 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우리가 계속 모여서 슐런을 즐기고 관계를 지속하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따로 수어를 배우는 것보다도 이렇게 스포츠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수어를 접하다 보면 서로 소통하는 관계가 될 수도 있잖아요.”

몸과 마음의 활력을 찾아준 슐런

모의대회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초반에는 뜻대로 점수가 나지 않는 것 같더니, 대회가 무르익을수록 구멍을 통과한 나무토막들이 꽤 많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심판이 되어주면서 선수가 경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진지한 모습이 여느 프로 못지않습니다.

슐런 교실의 참가자들은 더 열심히 연습해서 서울, 아니 전국 규모의 슐런 대회까지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생각만 해도 짜릿한 참가자들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기를 응원합니다.

담당자 인터뷰
정수민 담당자
Q. 문화 강좌나 학습이 아닌 스포츠 교실을 기획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저는 장애인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재활 중 하나가 스포츠를 통한 사회 참여라고 생각해요. 특히 운동을 즐기다 보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보면서 친구도 만들 수 있으니, 스포츠는 일석 삼조의 효과가 있는 사회 참여 프로그램이에요.
Q. 특별히 슐런이라는 종목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저희 센터에서는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슐런은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이죠. 슐런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녀노소 모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러면서도 슐런을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요. 저도 처음에는 ‘슐런이 재미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은근히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파크 골프나 수영 같은 새로운 종목으로 사업을 진행해 보고 싶어요.
Q. 체육 프로그램 지원 중 특별히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슐런 교실은 청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스포츠 사업인 만큼 강사비와 수어통역비가 꼭 필요하거든요. 재단의 지원을 통해 인건비를 마련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참가자들에게 일대일 슐런 지도도 할 수 있었고, 수화통역사 선생님을 모셔서 농아인과 함께 하는 슐런 교실을 운영할 수 있었답니다.
Q. 슐런 교실이 참가자 분들께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시나요?
A. 그럼요. 장애인들은 대부분 집에만 있고 싶어 하고 나와서 뭔가를 하는 걸 어려워하는 게 사실이에요. 그러나 그건 밖으로 나올 기회가 없거나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센터의 참가자들만 봐도 나와서 서로 어울리는 시간을 아주 좋아하시거든요. 누구라도 한 번 와서 보면 스포츠 활동이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참가자 인터뷰
Q. 이번 슐런 교실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A.
    최영애(지체장애) : : 센터에서 연락이 와서 참여하게 됐어요. 평소에는 운동을 많이 안하게 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운동을 하니까 몸도 좋아졌고, 슐런을 통해 여러 사람과 만나서 어울리다 보니 친구도 사귈 수 있었어요.
Q. 직접 나와서 슐런 교실에 참여해보니 소감이 어떠신가요?
  • A.
    정동묵(청각장애) : 저는 타 협회에서 연락이 와서 슐런을 처음 배우게 됐는데요. 집에 있으면 외롭고 심심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나와서 슐런에 대한 경기 규칙이나 지식도 배우고, 비장애인 및 다른 장애인과도 교류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Q. 슐런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A.
    인철식(지체장애) : 슐런의 매력은 장애의 종류와 상관없이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고, 서로 우애를 다지며 통할 수 있다는 거죠. 저도 슐런을 배우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풀고, 집중력도 아주 좋아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슐런을 계속 할 거예요. 9월에는 진짜 대회가 있다고 하는데 날짜만 맞으면 한 번 나가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