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

장애유형 : 시각장애 / 참가자 : 10명
협력기관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강원도지부 태백시지회

시각장애인을 위한 건강 볼링
사회의 밝은 곳을 향해 스트라이크!
태백의 어느 볼링장 한편이 왁자지껄합니다. 한 명씩 번갈아 볼을 굴리는 동안 곁을 지키는 한미경 담당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립니다.
“스트라이크! 정말 잘 하셨어요!”
스트라이크 소리에 서로 손뼉을 칩니다. 그저 굴려 넣은 볼 하나에, 핀을 쓰러뜨린 알람 한 번에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세상일도 이 볼링처럼 시원하게 잘 풀릴 것 같은 예감도 듭니다.
자신 있게 굴리세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강원도지부 태백시지회(이하 지회)의 참가자 열 명 남짓 모여 볼링을 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볼을 쥐고 레인 근처로 다가가면 강사가 자세를 잡아줍니다. 비록 레일과 핀이 잘 보이지 않지만 단 한 번의 볼이라도 잘 굴려보고자 강사의 지도에 모두 귀를 기울입니다. 곁에서 한미경 담당자는 참가자들의 시력을 대신해 목소리를 냅니다.

“어르신, 오른쪽에 볼이 있어요.”
“한 걸음 왼쪽으로 가세요. 거기서 볼을 굴리세요.”

큰소리로 보조하느라 목이 아플 만도 한데, 힘든 내색 없이 참가자들을 인솔합니다.

지회에서는 몇 해 전부터 재활 프로그램으로 볼링 교실을 열고 있습니다. 볼의 무게를 이용해 목표물에 투구하는 볼링은 운동량이 부족한 시각장애인의 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 전신운동입니다. 비교적 평균 연령이 높은 지회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시도할 수 있는 실내스포츠라는 점도 매력적인 종목입니다.

이토록 좋은 운동임에도 지회의 볼링 교실은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볼링장 이용료를 내기에 버거운 상황이었고, 참가자들이 시합에 나가고 싶어도 개인장비를 구입해야 해서 포기할 때도 있었습니다. 올해는 홈앤쇼핑과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으로 그런 어려움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래서 볼을 한 번 굴려도 자신 있게, 기분 좋게 시도할 수 있습니다.

볼링과 함께 세상 밖으로

지금은 신나게 볼링을 치는 참가자들이지만 처음부터 적극적이진 않았습니다. 교통 약자다 보니 바깥출입에 엄두를 못 내기도 했고, 연령대가 높아서인지 운동에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발걸음하지 않으면 시각장애 때문에 일반 경로당의 출입도 못 하는 참가자들은 종일 집에만 있어야 했습니다. 지회 직원들이 열심히 설득한 덕에 조금씩 볼링 교실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이제 볼링 교실 오는 날만 손꼽이 기다립니다.

이제 참가자들은 집에서 은둔하며 어둡게 지낸 과거와 달리 활기차게 볼링을 칩니다. 약시인 참가자들은 전맹인 참가자들을 살뜰히 챙겨가며 함께 운동합니다. 오늘은 전맹인 참가자가 볼을 다른 참가자의 레인에 던지는 실수를 했는데도 다들 잘 했다며 칭찬해주는 상황도 연출됐습니다. 공통된 장애를 가졌기에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어 이런 유쾌한 풍경도 벌어집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볼링을 친다고 하면 사람들은 아직도 못 믿는 눈치입니다. 그래서 더욱 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작년에만 시합에 나가서 메달 3개를 땄습니다. 올해는 더욱 분발하고 싶습니다. 볼링에서만큼은 멋지게 실력발휘를 해서 장애인도 목표달성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으니까요. 그러니 오늘도 열심히, 신나게 스트라이크!

담당자 인터뷰
한미경 담당자
Q. 이번 체육 프로그램 지원사업은 어떤 계기로 지원하게 됐나요?
A.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교육, 점자교육 등의 지원은 많지만 건강과 여가를 위한 프로그램 지원은 늘 아쉬웠어요. 저희 지회 참가자들의 경우 연령대가 높은 편인데, 이분들이 여가를 보낼 곳이 굉장히 부족해요. 경로당을 가더라도 시각장애가 있으면 시설을 이용하거나 비장애인들과 어울리기 굉장히 어렵거든요. 그래서 참가자들이 여가를 즐겁게 보내고 건강도 챙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Q. 볼링 교실을 운영하면서 참가자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장애가 있다 보니 시각장애인들에겐 다소 방어적인 자세가 있어요. 이젠 방어적인 모습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들 긍정적이고 밝아지셨어요. 처음엔 ‘이 나이에 운동해서 뭐 하느냐’ 했던 분들이 지금은 시합에서 꼭 메달을 따시겠다며 얼마나 열정적으로 참여하시는지 몰라요. 다들 적은 나이도 아닌데, 노력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비장애인인 제가 참 많이 배우곤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A. 볼링 교실에 나오시는 분들이 홈앤쇼핑과 한국장애인재단에서 지원해주셨다는 점에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어요. 누군가 응원해준다는 사실에 많이 기뻐하시는 것 같아요. 또 이번 지원을 계기로 여전히 암흑 속에 계시는 시각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좋은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강사 인터뷰
민선철 강사
Q. 시각장애인의 볼링 강의를 하며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아무래도 안전이죠. 보이지 않으니 볼에 힘을 잔뜩 실어 던지는 분들이 가끔 계세요. 그럴 때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볼링을 즐길 수 있도록 곁에서 보조하고 자세를 잡아드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 볼링 교실에 참여한 참가자들의 처음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처음엔 다들 표정이 어둡고, 말을 걸어도 대답도 잘 안 할 정도로 소극적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찌나 웃음이 많고 말들이 많은지요. 또 볼 한 번을 던져도 정말 잘 해보려고 노력하는 게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참가자 인터뷰
박용숙(시각장애)
Q. 볼링 교실에 참여해보니 어떠세요?
A. 제가 전맹 시각장애인인데, 정말 운동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운동량이 없으니 무기력하고 우울감도 심해지고요. 그런데 이렇게 전문가로부터 지도받으며 운동할 수 있어 정말 즐겁습니다.
Q. 볼링 교실이 진행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볼링 교실을 마치면 함께 간식을 먹는데요. 앞이 보이지 않으니 잘 흘리고 묻히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끼리는 그런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편하게 먹고, 서로 챙겨가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져요. 그런 시간이 있어서 시각장애인이라도 외롭지 않고 더불어 살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이 기회와 지원이 정말 감사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