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궁

장애유형 : 시각장애 / 참가자 : 11명
협력기관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라남도지부

2019년 전남 시각장애인 한궁 교실
보이지 않아도 적중하는 힘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라남도지부(이하 지부)의 한궁 교실이 열리는 공간에는
남녀가 나누어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나이가 많게는 80대, 적게는 20대 초반이지만 격 없이 함께 대화를 나누고
한궁 수업을 기다리며 설레는 모습이 남녀노소 관계없이 모두 풋풋합니다.
세상이 아득하기만 할 시각장애인들이 이토록 밝게 지낼 수 있는 이유는
어쩌면 한궁 교실에서 함께 운동하고 어울려 지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건강의 사각지대에 있던 시각장애인
건강의 사각지대에 있던 시각장애인

전남지역의 시각장애인을 위해 생활이동지원, 자립지원과 점자도서관을 운영하는 지부는 20개의 지회를 관리하는 곳입니다. 지회들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지부지만, 직접 자립지원센터를 개설해 시각장애인의 복지증진에 힘을 보태는 단체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박수진 담당자가 설명합니다.

“관리자 입장의 지부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행정적인 부분에서만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자립지원센터와 점자도서관을 개설하면서 직접 시각장애인을 대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일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이번 한궁 교실도 경직된 생활로 기초체력이 떨어지고 만성질환을 앓는 시각장애인이 많다는 점을 파악하고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시각장애인은 외부활동이 부족하고, 앞을 더듬어 생활하기 때문에 허리가 굽거나 경직된 자세로 생활하는 등의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는 기초체력 저하와 만성질환 등으로 이어졌지만 시각장애인을 스포츠 현장에 입문시키는 과정은 늘 어려움이었습니다. 그래서 박수진 담당자는 장애유무와 남녀노소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종목인 한궁을 선택하되, 시각장애인의 특성에 맞게 환경을 조성키로 했습니다.

“본래 한궁은 양궁과 동일한 과녁에 핀을 맞추는데, 저희 회원들은 앞이 안 보이니 과녁을 볼 수 없죠. 그래서 지부와 한궁협회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궁기계를 공동 개발했어요. 이 기계가 전국적으로 보급돼서 더 많은 시각장애인을 생활체육으로 유도하고 싶습니다.”

한궁기계까지 개발할 정도로 회원들의 생활체육에 힘을 쏟은 지부의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개발한 기계로 한궁을 배우는 교실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요?

장애를 잊은 한궁선수들
장애를 잊은 한궁선수들

한궁은 양궁표적판을 과녁으로 사용하고 활 대신 다섯 개의 핀을 던져 점수를 내는 스포츠입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궁기계는 경기가 이루어지는 동안 지속적으로 신호음이 발생해 소리로 과녁의 위치를 짐작하고 핀을 던질 수 있습니다. 또 본래 한궁은 과녁에 맞은 핀을 확인하고 점수를 계산하지만, 이 기계는 핀이 맞을 때마다 점수가 소리로 안내됩니다. 합계점수도 즉시 계산되며, 저시력자를 위해 LED빛이 나옵니다.

한궁 교실에 참가하는 회원들의 시력 상태는 모두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동등한 조건에서 배우기 위해 안대를 착용합니다.

기계에서 신호음을 들으면 과녁의 위치는 짐작할 수 있지만 자신의 자세는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강사님이 1:1로 자세를 잡아줍니다. 매번 자세교정을 받아서일까요? 회원들 모두 어깨와 허리가 반듯하고, 핀을 던지는 팔 동작에 힘이 있습니다.

한 명씩 돌아가며 핀을 던질 때 여기저기서 파이팅 구호가 들립니다. 서로에게 쉼 없이 파이팅을 외치며, 에너지를 나눕니다. 따뜻한 응원 속에서 온 정신을 집중해 핀을 던질 때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멋진 한궁선수들입니다.

담당자 인터뷰
박수진 주임박수진 담당자
Q. 한궁 교실을 운영하면서 회원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시각장애는 신체의 다른 건강에도 영향을 줍니다. 하루 종일 앞을 더듬어 생활하기 때문에 허리가 굽거나 다리가 잘 펴지지 않는 분들, 자세교정이 시급한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 분들이 신기할 정도로 모두 상·하체 균형이 좋아지고 허리가 반듯해졌어요.
Q. 한궁 교실에 참여하는 회원들 사이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A. 한궁 교실에 참여하는 분들의 웃음이 많이 늘었어요. 항상 화기애애합니다. 지난 번엔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한궁 교실 회원들이 모두 응원을 갈 정도였어요. 그날 2위, 3위 입상자가 저희 한궁 교실에서 나왔는데 모두 자기가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고 좋아했죠.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A. 많은 시각장애인이 집에만 계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고, 일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저희 몫이죠. 다만 저희 몫을 해낼 때 예산이나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번 체육프로그램 지원과 같은 좋은 기회가 있어서 기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홈앤쇼핑과 한국장애인재단에 감사드립니다.
강사 인터뷰
윤순애 강사윤순애 강사
Q. 한궁 강의를 하며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시각장애인은 손이 눈입니다. 때문에 과녁이 안 보이지만 위치를 짐작하도록 손으로 만지고 들을 수 있게 하고, 동작의 모든 부분을 일일이 알려줘야 해요. 저 혼자라면 다소 어려웠겠지만 지부의 직원들과 운영요원들이 도와주셔서 수월하게 지도할 수 있었습니다.
Q. 한궁을 지도하면서 재미있었던 일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A. 함께 하는 분들이 워낙 친하기도 하고, 선의의 경쟁심도 있어 소소한 내기를 하곤 해요. 지난 대회를 치른 후에는 자신감이 붙어서인지 운영요원 선생님에게 내기를 건 분도 계셨어요. 결국 그 분이 져서 모두에게 아이스크림을 돌렸는데 정말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Q. 참여하시는 분들에게 기대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A. 그저 오래도록 한궁을 하면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또 우리 회원들 외에도 더 많은 시각장애인이 한궁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참가자 인터뷰
송미자 참가자송미자(시각장애)
Q. 어떤 계기로 한궁 교실에 참여하기 시작했나요?
A. 평소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활동에 제한이 있어서 집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정도에 그쳤어요. 그래서 늘 답답한 느낌이 있었는데, 한궁 교실이 열린다고 해서 용기 내 신청했습니다.
Q. 한궁 교실에 참여해보니 어떠세요?
A. 저는 평생 제 자세가 틀어진 줄 모르고 살아왔어요. 그런데 한궁 교실에 나와 지도를 받으면서 제 몸의 좌우균형이 매우 안 맞는 상태라는 걸 알았어요. 지금은 자세가 많이 좋아졌고, 핀을 던질 때 두 다리로 중심을 잡으면서 다리도 튼튼해졌어요. 무엇보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즐거움이 늘었죠. 지금은 집보다 한궁 교실에 나오는 날이 더 편하고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한궁에 참여하고, 기회가 된다면 전국대회에 참가해 좋은 결과도 내고 싶습니다.